탐인(探人) 정운현의 '역사와의 대화'

2008/03/20 - [역사와의 대화] - '김형욱 실종사건' 다시보기(1)
2008/03/22 - [역사와의 대화] - '김형욱 실종사건' 다시보기(2)
2008/03/26 - [역사와의 대화] - '김형욱 실종사건' 다시보기(3)
 

  -- 국정원 과거사委의 중간발표와 쏟아진 '의혹' 제기-2


앞서 (3)회 내용에서 보듯이 국정원 과거사진실위원회가 발표한 ‘김형욱 실종사건’의 진상은 여러 면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적지 않았다. 우선 증언자의 주장도 신빙성이 높지 않았고, 위원회측의 현장조사 등도 부족해 보였다. 국정원 진실위가 활동을 종료함에 따라 현재 이 사건은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위원장 안병욱)로 공이 넘어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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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섭일 씨

그렇다면 이 사건의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또 사건 발생 초기 상황은 어떠했을까? 이런 질문에 근접한 답을 줄만한 전직 언론인이 한 명 있다. 한국 언론계에서는 ‘유럽통’으로 불려온 주섭일(69) 전 중앙일보 파리특파원이 그 주인공이다.

주씨는 국정원 진실위의 발표가 나온 직후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진실위의 조사내용에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관련 보도내용을 토대로 그의 의혹제기 내용을 살펴보자.

참고로 주씨는 ‘김형욱 실종사건’ 발생 당시 파리에 체류하고 있던 몇 안되는 인물이다. 그는 사건이 발생하자 이 사건을 수사한 프랑스 경시청을 현지에서 직접 취재한 인물이다.  그에 따르면, 당시 프랑스 경시청은 까르타 형사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김형욱 실종사건 수사본부를 차려 4개월간 수사를 진행했다고 한다. 까르타 본부장은 주씨에게 프랑스 뿐만 아니라 미국, 프랑스 정보기관의 협조를 받아 입체적인 수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건 발생 3주쯤 지난 후 그는 까르타 본부장을 다시 만났는데 그때 까르타 본부장은 ‘프랑스의 모든 살인사건, 자살, 행려병자 중 사망한 시신을 철저히 조사했지만 김형욱과 유사한 시신은 발견하지 못했다’며 ‘수사를 더 해보겠지만, 김형욱이 프랑스에서 빠져나간 것 같은 의심이 든다’고 하더라는 것이다. 사건 발생 4개월 후 그는 까르타의 요청을 받고 수사결과  브리핑에 참석했는데, 까르타는 “4개월 동안 시신 수색 등 철저한 수사를 했지만, 김형욱은 생존해 있든 죽었든 파리에는 없다는 결론을 냈다”고 밝혔다고 한다.


프랑스 경시청의 발표를 근거로 들며 주씨는 국정원 진실위의 발표에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즉 김형욱이 파리 근교 숲속에서 살해된 뒤 낙엽으로 덮여 버려졌다거나, 김형욱 살해에 가담한 유럽인은 가공인물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주씨는 프랑스 경시청이 미국과 프랑스 정보기관의 도움을 받아 4개월이나 수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신을 찾지 못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우며, 또 유럽인이 한국 유학생(국정원 연수생)에게 포섭됐다는 주장 역시 “상식 이하”라고 주장했다. 그 이유는 당시 프랑스가 냉전의 한복판에 있었고, 또 당시 정황상 동양인이 그런 부탁을 해왔다면 즉시 경찰에 신고했을 것이라는 것.


주씨가 이런 의혹을 제기하는 데는 단순히 프랑스 경시청의 수사결과를 맹신해서가 아니다. 거기에는 그럴만한 ‘사건’ 하나가 있었다.


프랑스 경시청의 수사 결과 발표가 있은 후인 80년 3월경 그의 사무실로 문서가 하나가 우편으로 배달됐다. 유창한 불어로 작성된 이 문서는 제목도, 발신자도 없었다. 문서에는 김형욱 실종사건의 개요가 나열돼 있었는데, 요지는 김형욱이 리츠호텔에서 한국 정보기관원들에 의해 파리 15구 니꼬호텔 근처 한 아파트로 납치됐고, 일본 마담 소유의 이 아파트에서 마취된 김형욱이 다음날 외교행낭 편으로 KAL기에 실려 서울로 압송됐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런데 10여 일 지난 뒤 이 내용이 일본 시사주간지 <주간문춘>에 실렸고, 동일한 내용이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에도 실렸다.


말하자면 ‘괴문서’랄 수 있는 이 문건의 내용이 프랑스 최고 권위지인 <르몽드>에도 실리자 그는 당시 편집국장인 앙드레 퐁텐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된 내용이냐’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퐁텐 국장은 “(출처가) 확실치 않은 보도는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주씨는 “이 문건은 프랑스 정보기관이나 사건 전모를 잘 아는 사람이 작성해 파리 주재 특파원이나 언론인들에게 흘렸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국정원 진실위 발표 한 달 전 무렵인 2005년 4월 <시사저널>은 전 중앙정보부 특수공작원 이 모씨의 증언을 기사화한 바 있는데, 이씨는 자신이 김형욱을 파리 시내에서 납치해 마취시킨 후 외곽으로 끌고 가 양계장 분쇄기에 집어넣어 닭모이로 처리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주씨는 “상식 밖 주장”이라고 일축하고는, “양계장 분쇄기를 이용하려면 주인이나 종업원의 공모가 있어야 가능하며, 프랑스 사람들은 특성상 즉시 경시청에 신고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주씨는 ‘문건’의 주장대로 김형욱은 파리에서 납치돼 서울로 운반된 후 한국에서 처리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그리고 그같은 내용은 파리 경시청의 수사기록을 뒤지면 밝혀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여운’을 남겼다. 그는 자신이 프랑스 특파원으로 근무할 당시인 73년도 개인 운전면허 기록까지도 갖고 있더라며, 경시청이 이 사건을 4개월이나 수사를 했으니 관련 기록이 어딘가 잘 보존돼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향후 언론이나 관계 당국이 이 대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 이어집니다)             

    Posted by 정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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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프랑스가 아무리 우리보단 기록선진국이라곤 하지만, 과연 그 때의 수사기록이 남아 있을까요?
    어쨌든 그건 한번 확인해볼 필요가 있겠군요. 프랑스는 국가기록원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으려나...

    계속 잘 읽고 있습니다. 갈수록 흥미진진해집니다.

    • 정운현 2008/04/12 15:02

      단언할 수는 없지만, 프랑스 경찰이 수사기록을 잘 보존한다니,
      특히 그런 말을 주섭일 선배 같은 분이 하셨으니 믿음이 가네요.
      여건이 되면 이런 거 함 취재해보고 싶은데요, 그쵸????

  2. 결 국 주씨는 ‘문건’의 주장대로 김형욱은 파리에서 납치돼 서울로 운반된 후 한국에서 처리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그리고 그같은 내용은 파리 경시청의 수사기록을 뒤지면 밝혀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여운’을 남겼다. 그는 자신이 프랑스 특파원으로 근무할 당시인 73년도 개인 운전면허 기록까지도 갖고 있더라며, 경시청이 이 사건을 4개월이나 수사를 했으니 관련 기록이 어딘가 잘 보존돼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향후 언론이나 관계 당국이 이 대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3. ^^ 예약포스팅의 힘이지요.ㅎ

  4. 프랑스 사람들이나, 일본 미국 사람들, 특히 외국 정치관련 기록등은 치밀하게 보존 합니다. 분명히,보관되어있을것이고,
    능력있는 누군가가 찻아낼겁니다. 일본 저널리스트들 그런것 찻아서(물론 자국관련이지만) 보도하는것 보면 추측 가능합니다..

  5. 국방부 사람들과의 모임은 참으로 유쾌하고 즐거웟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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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김형욱 실종 사건을 풀어가는 방법을 살펴봅시다. 미국인들이 디스커버리등에서 케네디 암살사건등을 분석하거나, 일본 사람들이 분석하는 법을 살펴보면, 쉬울것인데, 와 한국인들은 그런데 무지한지.

    1.박정희와 김형욱 사이
    2.박정희와 차지철, 김재규 사이
    3.전두환과 김재규 사이...
    4.전두환과 차지철 사이.... ㅎㅎㅎㅎ
    전두환이 김형욱 실종 사건에 관심이없엇을가???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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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2.박정희와 차지철, 김재규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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